Albums of the Year 2008 [4]~[6] by Hani



[4] Equilibrium - Sagas


뉴클리어 블래스트를 통해 두번째 앨범을 발표한 포크 메탈이란 점에서 Eluveitie와 비교될만한 독일 밴드. 아직 북미 투어를 치르지 않아 Eluveitie에 반발짝 뒤져 있지만, 한국에 라센되는 쾌거(?)를 이룩했으니 무승부라 치자. Equilibrium의 음악은 약간의 Finntroll 느낌과 포크 영향을 빼면, Catamenia, Wintersun, Norther 같은 핀란드식 블랙/익스트림 메탈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동시에 완성도와 사운드 퀄리티, 멜로디와 대중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음악이라고 보면 되겠다. 임팩트는 Eluveitie가 강했지만(플러스 인플레임즈 후광 효과), 앨범 전체적으로는 Equilibrium이 더 낫다.

이들은 대담하게도 핀란드 밴드들보다 더 많은 키보드를 구사하면서 더 열심히 달린다. 웅장한 오프닝 이후로 7번 트랙까지 굉장히 멜로딕하고 에픽하게, 그러나 조금도 쉬지 않고 달려버리고, 8번 곡을 기점으로 살짝 템포를 늦추며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멜로딕하고 에픽해진다. 장엄한 엔딩의 12번 트랙까지 끝나면 이미 한시간을 조금 넘긴 최고의 앨범을 들은 셈인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무려 16분의 마지막 곡이 기다리고 있다. 앨범을 관통하는 '에픽'적인 느낌을 집대성한 연주곡 'Mana'는 팬플룻과 바이올린 솔로를 제외하더라도 곡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음악으로 쓰여도 좋을 것 같다.

무려 80분 동안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진행이 놀라울 정도인데, 어수선한 곡 배치로 흐름이 끊어지기 쉬운 포크 메탈의 취약점을 매우 영리하게 극복했다. 더불어 이 앨범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반지의 제왕 OST에도 참여한) 거장 Ulrich Herkenhoff의 매력적인 팬플룻 연주다. Equilibrium의 음악과 너무 잘 어울려서, 양념 정도로 그치는게 아니라 앨범의 질을 한단계 높여줄 정도. 포크 메탈, 핀란드 메탈, 익스트림 메탈, 멜로딕 메탈 팬 모두를 만족시켜줄 이쁜 구석이 참 많은 앨범이다.




[5] Alghazanth - Wreath of Thevetat

북유럽 밴드들의 가계도를 보다 보면, 종종 흠칫 놀라곤 한다. '얘가 원래 이 밴드에 있었단 말야?' '얘네들은 단체로 저 밴드 출신?' '얘는 도대체 밴드를 몇개나 하는거야?'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애였구나' '얘네들이 형제였어?'... 엄청난 밴드 숫자에 비해 그 바닥이 그 바닥인 것 같은 느낌. (하긴 인구수로는 헬싱키가 송파구 하나보다 작으니까) 모르긴 해도 밴드 수가 뮤지션 수보다 더 많을게다.

어쨌든 이제 웬만한 정보에는 잘 놀라지 않지만, Alghazanth의 새 보컬이 Swallow the Sun 보컬이었다는 사실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둘 다 굉장히 좋아하는 밴드인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니. 스크리치와 그로울링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 더 놀랐던건 (Pure Satanic Blasphemy란 걸작 앨범을 남긴) Funeris Nocturnum의 보컬도 같은 인물이라는 것!! 예전부터 이녀석 목소리를 들어왔었구나. 그제서야 Alghazanth 보컬 자리를 꿰찰만 하다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와중에 Amorphis, Moonsorrow, Kreator 멤버들과의 수퍼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 뿐...

이 앨범도 올해의 앨범으로 뽑을까 했을만큼 5장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든 앨범들이다.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된 깔끔한 사운드에, 극단적으로 멜로딕 하면서도 블랙 메틀의 휘몰아치는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쏙 맘에 드는 앨범. 전임 보컬을 전혀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만큼 Mikko의 박박 긁어주는 스크리밍은 시원하고, 매끈한 키보드는 매우 강조되어 있어서 (어둡고 사악한 느낌은 좀 까먹지만) 비장한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가장 비슷하게 떠오르는 밴드는 Naglfar와 Catamenia. 혹은 Dissection이 좀 밝은 심포닉 메탈을 하면 이런 음악이려나.




[6] Mourning Beloveth - A Disease for the Ages

아일랜드 최고의 밴드는? 대부분 U2라고 대답하겠지만, 나한테 만큼은 Mourning Beloveth가 단연 최고다. 평생 들어본 모든 음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앨범 두 장이 (아무런 고민 없이) 이들의 1, 2집일만큼 이들이 들려줬던 아름답고 무거운 둠메탈은 '완벽'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을 정도. 때문에 이들이 3집에서 메마르고 황량한 사운드 톤을 들고 나왔을 땐, 내 마음도 똑같이 메마르고 황량해졌다.;;

통산 네번째 앨범인 본작은, 발매 전부터 멤버들이 천명하기를, 1, 2집의 유기적인 사운드와 3집의 쓸쓸함이 모두 담긴 음악이라고 했다. 아니 양념반/후라이드반도 아니고, 예전 사운드로 돌아가려면 확실하게 돌아갈 것이지... 어쨌든 그래서 딱 반만큼 기대했고, 그 결과물은 정말로 1, 2집 반/3집 반 이었다.

질병, 죽음, 인간에 관한 컨셉과 타이틀도 맘에 들고, 이걸 멋지게 표현한 앨범 커버도 맘에 쏙 든다. 전체적인 기타톤은 전작의 건조한 사운드에 조금 더 가까이 있지만, 곡의 중간중간 초기작과 같은 서정적인 리프가 등장해서 가슴을 적셔주니 그 동안 애타게 기다린 보람이 느껴진다. 또 한가지 다행스런 점은 보컬 스타일이 1, 2집에 더 가깝다는 것. 대런 무어의 깊고 단단한 그로울링은 한 음절씩 내뱉을 때마다 전율 그 자체다. 프랭크의 빵 터지는 클린 보컬이 줄어든건 아쉽지만, 일단 그로울링은 대만족.

결론적으로, 기존 스타일을 반반 섞은 이 조합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고 싶다. 두 스타일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렸을테지만, 그 결과는 그냥 1+1=2 정도의 느낌이다. 킬링 리프와 서정적인 멜로디로 꽉꽉 채워넣은 1, 2집을 포기할 만큼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진 못했다는 얘기. 그러나 전작들과 비교하지 않고 이 앨범 단독으로만 본다면, 2008년 10장에는 가뿐히 들어올만큼 멋진 앨범임에는 틀림없다. 건조하지만 헤비한 리프와 깊은 그로울링만으로도 소름끼치는 둠메탈 마스터피스.





쿵푸 팬더에 나올법한 동양적인 멜로디를 가진 곡 Equilibrium의 'Blut im Auge'
이 곡 뿐 아니라 앨범의 모든 가사가 독일어다.
수묵화 컨셉의 메탈 뮤비가 매우 그럴싸한데,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피 뿌리는 헤드뱅잉ㅋㅋ





덧글

  • 청상 2009/01/12 23:37 # 삭제 답글

    올해 본 뮤비들 중 단연 으뜸 간지.
  • Hani 2009/01/13 08:46 #

    강렬한 충격은 주다스 뮤비가 으뜸이었지요 ㅋㅋ
  • bapool 2009/01/13 10:26 # 삭제 답글

    뮤비 다시봐도 아이디어가 참...넘좋아 >_< 메탈계에서 흔치않은...ㅋㅋ
  • Hani 2009/01/14 04:04 #

    그치? 화선지에 먹물이 번지거나 슥 슥 그려질 때 느낌이 왠지 좋아 ㅋㅋㅋ
  • silent man 2009/01/13 21:28 # 삭제 답글

    Equilibrium!! DVD까지 낑궈서 뜬금 라센으로 나와서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런 포크 메틀 쪽은 모르는 게 수두룩하긴 하지만요. 특히 위에 요 뮤비는 참 잘 만든 것 같아요. 역시 뮤비는 아이디어만 잘 짜면 간지가. ㅎㅎ

    Alghazanth는 커버가 간지네요. 그나저나 그 쪽 동네 친구들, 특히 잘 나간다 싶은 친구들은 어째 그리 하는(했던) 게 많은지 머리가 아플 정도에요.
  • Hani 2009/01/14 04:14 #

    저도 라센된거 보고 놀랐죠. ㅎㅎ 가격이 좀 수입반스럽긴 했지만요..
    역시 뉴클리어 소속이라 그런지 뮤비 땟갈이 다르죠?ㅎㅎ
  • focus 2009/01/14 19:37 # 답글

    Equilibrium
    저는 선택 못했지만 매우 좋은 앨범이었습니다..^^
  • Hani 2009/01/15 03:08 #

    네 정말 좋았어요^^ 포크 메탈도 주류로 진출할 수 있겠구나 느꼈을 만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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